근위축측삭경화증(루게릭병)
Amyotrophic lateral sclerosis(ALS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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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근위축측삭경화증이란?
근위축측삭경화증은 운동신경이 선택적으로 파괴되면서 근력이 약해지고 근육이 마르는 드문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. 이 질환은 루게릭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가 이 질환에 걸려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이 선수의 이름을 따라 ‘루게릭병(Lou Gehrig disease)’으로 불려지기 시작했습니다.
운동신경세포에는 위운동신경세포와 아래운동신경세포 두 종류가 있습니다. 위운동신경세포는 대뇌의 운동피질에서 뇌간이나 척수까지 뻗어 있고 아래운동신경세포와 연접합니다. 아래운동신경세포는 뇌간이나 척수에서 근육까지 뻗어 있고 근육을 조절합니다. 그 중 근위축측삭경화증은 위 그리고 아래운동신경세포를 모두 침범하는 질환입니다.
-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증상
근위축측삭경화증의 증상은 주로 근육 기능의 소실에 기인하며, 이 질환에 침범된 부위에 따라 여러 증상들이 나타납니다. 말하고 삼키는 기능을 담당하는 근육이 침범되면 발음장애, 삼킴장애가 나타납니다. 손의 근육이 침범되면 손의 힘이 약해지면서 글씨 쓰기, 수저질, 손톱깎기 등을 수행하는데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, 다리의 근육이 침범되면 보행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. 호흡근육에 이상이 생기면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. 또한 근육 경련이나 근육이 튀는 현상(속상연축)이 근력이 약한 근육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. 한편 근위축측삭경화증은 일반적으로 국소적인 근력약화로 시작하며 점차 주변으로 퍼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 경과를 보입니다.
근육 기능 이상 이외에 감정의 기복이 커져 부적절하게 웃거나 우는 모습을 보일 수 있고, 하품이 자주 날 수도 있습니다. 또한 인지행동의 변화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. 반면 근위축측삭경화증에서는 일반적으로 촉각, 미각, 후각, 시각, 청각 등 감각 이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. 통증도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.
-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원인
근위축측삭경화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. 많은 연구자들이 이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,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로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근위축측삭경화증에서 운동신경세포의 손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. 한편 근위축측삭경화증 환자의 약 10%에서는 유전적인 원인이 확인됩니다. 흡연은 근위축측삭경화증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.
-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진단
근위축측삭경화증은 특히 초기에 진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.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증상들이 다른 신경계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.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다른 신경계 질환들과 감별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며,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임상양상의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.
근위축측삭경화증의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검사들로는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를 포함하는 전기진단검사, 뇌 및 척수 MRI 검사, 혈액 및 소변 검사, 요추천자를 이용한 뇌척수액검사, 신경 및 근육 생검과 조직검사 등이 있습니다.
-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치료
현재까지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진행을 막거나 호전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습니다.
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두가지 약제가 식약처 승인을 받아 근위축측삭경화증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. 릴루졸(릴루텍, 티글루틱)은 경구로 복용하며 기대여명을 25% 정도 연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. 에다라본(라티컷주)은 정맥주사로 투약하며 근위축측삭경화증으로 인한 장애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.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식약처 미승인 약물이지만 토페르센은 SOD1 유전자 이상과 연관된 근위축측삭경화증에 이용할 수 있는 치료제입니다.
또한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진행 경과 자체를 바꿀 수는 없더라도 이 질환으로 인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약물이나 치료법들이 있습니다. 근육경련, 변비, 구음장애, 침 흘림, 우울증, 감정의 기복, 수면장애 등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법들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. 더불어 호흡부전에 대해서는 호흡재활, 삼킴장애와 이로 인한 영양결핍에 대해서는 위루술과 영양보조, 구음장애에 대해서는 언어치료, 근력약화로 인한 상하지 기능장애에 대해서는 물리치료와 작업치료, 그리고 정신과 상담과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.
<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신하영 교수 >